2004
해오름 어린이집


요즘 해가 짧아지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찾아올 때가 되면 어둑어둑해진다.
이럴 때 아이들을 데려오자면 간혹 씁쓸한 마음도 든다.
어린 나이에 밤이 되어 집에 들어오는 거 같아서...

가을

Beauty/Landscape 2004/11/30 11:11


2003
경기 고등학교 후문

(외진 곳이라서 사람들이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모른다.)
이 시 다들 아실거다.
넘넘넘 유명한 윤동주 님의 시다.
제목도 단촐한 서시.

고등학교 때 이 시를 엄청나게 좋아했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을 잡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려면 매순간 얼마나 긴장하며 살아야 하겠는가?
좀 하다가 지쳐 나뒹굴어지고
이렇게 하기를 몇 번 하다 보면
나는 이렇게 못난 놈인가 하며 가슴만 쥐어뜯게 된다.
오늘밤에도 별은 보이지만 바람에 스치울 뿐 내 손에 쥘 수는 없었다.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할려면 거센 세상 풍파에 함부로 몸을 의탁해서는 안 된다. 무슨 말이고 하니 섣불리 나섰다가 깨치기 보다는 안전한 곳에서 수양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이래서 나는 도전하기 보다는 움츠리는 사람이 되고야 만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시를 별루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좀 진흙탕물이 튀어도 앞으로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기 보다는 바람을 헤치고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주형!
형은 좋은 사람이지만 내 일생의 동반자는 아닐 듯 싶소이다.
그럼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실 줄 믿으며 이만 줄입니다.
철학자 중에는 괴상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임마누엘 칸트,
그는 자기가 태어난 마을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나갔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가 산책 나온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추었다고 한다. 그는 직접 대구 요리를 만들었는데 말이 일품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안 나가는 대신에 사람들을 초대해 자신의 집에서 대구 오찬을 열고 장장 네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면서 철학을 논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
그는 자살론을 집필하여 동시대 많은 젊은이들을 자살케 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아흔살이 넘도록 장수하였으며 음식에 독이 들어 있을까 염려하여 항상 개에게 먼저 먹여 보았다고 한다. 한 때 헤겔과 한 대학에 있었는데 헤겔의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한데 비해 자신의 강의는 전혀 인기가 없어 엄청난 시기심과 질투심을 가졌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는 항상 욕심을 버리라고 가르쳤다.

스피노자
유대인인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안경 세공업을 하며 평생 독신으로 보냈다.

비트겐슈타인
그의 직업 역시 범상치 않은데 그는 정원사였다.

니체
신은 죽었다고 말한 이 철학자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었다. 그는 뇌연화증이라는 특이한 질병에 걸려 죽었다.
이 말씀은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오스크리아 태생의 분석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이다. 비트겐슈타인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침묵하는 게 중요할 뿐이다.
이 단순한 한 문장 속에는 사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신이 존재하는가? 내세는 있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21세기에 들어선 오늘에도 이런 질문들은 수없이 반복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 중에 증명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이런 영역이 곧 말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는 침묵함이 마땅하다. 이런 영역에 대해서 아무리 말해봐야 나는 김치찌게보다 된장찌게가 더 좋아라는 말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자기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일반적인 명제로 만들 수 없다. 그런 시도는 오만일 뿐이다. 나의 주관적인 느낌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도 설득할 명분도 없다는 거는 상식 아닌가?
자기만 세상의 오묘한 진리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피곤하니까 조용히 좀 해 줘.